Friday, February 1, 2013

중심과 비중심의 경계에서 빈틈없이 세상을 껴안다

▲이게 왜 소리가 안나지

▲웃음으로 풀어지는 신명

▲새끼는 이렇게 꼬는 거야

▲길고 짧은 것은 재보면 되는 일, 풍물솜씨 겨루기


▲국제문화교류단 사무실 풍경




커뮤니티 국제문화교류단장 하은숙

―예비사회적기업 국제문화교류단

글 사진 이대건편집주간

“너도 언젠가는 노인이 될게다” 간단없는 미래상
‘그’ 사회에서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인은 일도 안하고 밥만 축낸다’는 인식이 번지고 있었다. 학자들은 ‘노인 때문에 국가 재정이 바닥난다’고 주장하고 대통령까지 ‘노인을 불사의 로봇으로 만들 수 없다’며 의료비 지원을 대폭 삭감한다. 레스토랑에는 ‘70세 이상 노인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걸리기도 한다. 광고제작자들은 ‘반노인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노인들을 ‘CDPD(Centre de Detente Paix et Douceur)’라는 기관에 끌고 가 독극물을 주입해 생명을 중단시키기 시작한다. 일종의 강제 안락사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 프레드 부부에게 CDPD요원들이 찾아온다. 위기를 직감한 노부부는 이들을 피해 탈출을 감행한다. 프레드 부부의 탈출 소식은 노인사회에 급속하게 번져가고 여기저기서 많은 노인들이 잇따라 탈출하게 된다. 이들은 산 속에 작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정부를 상대로 저항을 시작한다. 처음 전단지를 뿌리는 정도였던 반정부 저항은 차츰 무장항쟁으로 발전한다. 주인공 프레디는 체게바라처럼 노인사회의 해방자로 불린다. 영웅이 된 것이다. ‘흰여우들’이라 명명한 노인커뮤니티는 시간이 지나면 정부가 잘못 내린 결정을 철회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자신들에게 조금만 더 애정과 사랑으로, 법적인 차별을 없애달라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대응한다. 저항세력들이 모여 있는 산악 거점 지역에 독감바이러스를 살포한 것이다. 저항운동을 하던 노인들은 하나 둘 쓰러져가고 마지막 남은 사람들은 체포되기에 이른다. 주인공 프레드도 결국 체포된다. 그리고 여느 노인들과 같이 안락사 주사를 맞게 된다. 그는 자신에게 주사를 놓는 젊은 병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도 언젠가는 노인이 될 게다.’
장편소설 『개미』로 이름 나, 우리에게는 국내작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소설의 내용이다. 『나무』라는 소설집에 실린 단편 「황혼의 반란」이다.

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구축한 도서관은 도대체 어찌될 것인가
노인이 사라지면 도서관 하나가 통째 불타는 것이라고 했다. 이 소설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2012년 대통령 선거 결과는 ‘세대 간 대결’이라 할만치 여러 가지 해석과 견해를 낳았다. 다음 아고라에서 벌어진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 청원’ 사건은 대선결과와 세대문제를 가장 첨예하게 보여준 현상이다. 도서관, 도서관은 어찌되고 있는 것인가.
몇 가지 자료로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최고의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통계청자료에 의하면 2026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고령사회가 되고, 2036년이 되면 생산가능 인구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노인부양비율 50%에 육박하는 초고령화 나라가 된다. 노인의료비는 점점 급증하고 있고, OECD에서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이런 상황에서 조기퇴직과 고령자가 채용기피현상으로 노인들의 경제활동은 늘어나지 않고 있고, 일자리나 소득은 정말 열악하다.
이런 통계와 노인계층의 사회적 역할 감소는 마침내 소설 「황혼의 반란」이 예견하는 극단적인 사회로 가는 전조인가.

노인=수혜자, 공식을 깨는 신나는 축제
사뭇 다른 풍경하나를 소개한다. 나라의 허리 대전, 대전대학교 교정이었다. 하늘은 그지없이 높고, 가을이 이랬을까 싶은 단풍에 눈부신 날이었다. 사단법인 국제문화교류단에서 자리를 마련하고, 어르신들이 스스로 만들고 주변 사람들을 초대해 즐기는 축제가 열린 것이다. 하, 축제 이름은, ‘반전 있는 청춘, 2012 대국민축제’다. 하나씩 풀어보자. 반전 있는 청춘, 인생의 후반전에서 다시 인생의 반전을 꿈꾼다는 작명이다. 마침, 가수 싸이가 세계적으로 ‘말춤’ 파란을 일으키며 ‘반전 있는 여자’를 유행시키고 있었다. 대국민축제, 관련 국가 기관이나 지자체의 도움 없이 60~7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기획하고 준비해 모든 연령, 모든 국민을 초대한다는 취지다. 세대를 넘고, 성별을 넘고, 계층을 넘어 함께 즐기자는 잔치였다. 노인=무언가 받는 사람, 이 아니라, 그 수혜자라는 공식을 깨고, 무언가 누구에겐가 보탬이 되는 일을 벌이는 사람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자리였다.
대전대학교 맥센터(복합 체육공간)에 10여 개 어르신 모임에서 주제를 정해 ‘새끼꼬기’ ‘금줄달기’ ‘대형 윷놀이’ ‘사물놀이 체험’ ‘꽃바구니 만들기’, ‘투호와 널뛰기’, ‘떡만들기’, ‘엿 치기’ 같은 토속적인 놀이를 즐기는 부스를 꾸몄다. 사물놀이, 풍물놀이, 난타, 민요 공연이 차례로 이어졌다. 공연하는 참가자는 모두 노인세대. 며칠을 머리 맞대고 준비해, 거리낌 없이 즐기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무언가를 주제로 잡고, 동아리를 만들어 서로 의지가지 살아온 결과물이었다. 축제에 함께한 사람들은 행사를 준비한 어르신들의 가족만이 아니었다. 충분한 홍보는 없었지만,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가족 단위 관람객, 대학 교정으로 단풍구경 왔다가 신명에 끌려 찾아온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였다.

신명나는 축제의 중심에 그와 그들이 있다, 국제문화교류단
사단법인 국제문화교류단 관계자는 순수 민간단체에서 치르는 축제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물론 ‘돈’이다. 그 ‘돈’의 대척에 선 것이 사람들의 마음과 힘이다. 대전의 몇 몇 사회단체와 서점, 특히 축제 기획에 함께 참여한 고창 책마을에서 서울의 몇 군데 출판사에 부탁해 어르신들과 축제 참가자들에게 선물할 책 400여 권을 기증했다.
‘내년부터는 작지만 예산을 마련해서 그냥 손 벌리지는 않을 거예요.’ 축제 관계자가 감사 인사 끝에 붙인 말이다. 올해 처음 열린 어르신들의 축제가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계속 이어지기를 빈다. 축제 이름이 ‘대국민축제’ 아니던가.
이 재미있는 시도를 가능하게 한 커뮤티니 이야기다. 이 단체가 위에 몇 차례 언급된 ‘사단법인 국제문화교류단’이다. 간단없는 살림살이를 챙기며 늘 새로운 기획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이가, 하은숙 대표다.
국제문화교류단은 2010년 1월 비영리 단체로 대전시에 등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 공식, 이라는 활동은 벌써 3차례의 청소년 해외원정대 파견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바 있다. 같은 해, 2월과 7월, 제4차 해외원정대(청소년 30명 싱가포르 방문, 4박5일)와 제5차 해외원정대 파견(청소년 25명 필리핀 방문, 30박31일) 파견으로 이어진다. 해외원정대의 주 활동은, 어학연수 및 청소년 지도자 훈련, 봉사활동, 문화탐험, 청소년 간 교류, 한국 전통음악 공연활동 같은 것들이다. 그 문화 탐험과 교류 활동을 위해 국내에서 발이 닳도록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다니고, 풍물이며 판소리 들을 섭렵한다. 단체 등록 원년답게, 그 해 말 제1회 국제문화교류단 정기발표회를 연다. 해를 넘기지 않고 국제 문화교류단 사단법인 인가를 받게 된다.

어린이·청소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를 빈틈없이 보듬는
2011년에는 청소년 직업진로 찾기 프로그램을 론칭한다. 벽두부터 청소년 진로신문을 발간한다. 2013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보물단지 문화단, 보물단지 인형극단 활동으로 어르신들의 활동공간을 마련한다. 또한 보물단지 작은 도서관을 개관해, 지역에서 도서관 운동에 길을 열어간다. 그리고 그해 여름 제1회 살다, 놀다, 피어나다(노인문화단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이어 11월 제2회 행사를 연이어 연다. 이 행사의 기틀이 ‘반전 있는 청춘, 2012 대국민축제’로 나타난 것이다.
2012년 국제문화교류단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다. 세상을 향한 새로운 임무가 부여된 것이다. 이 예비 사회적 기업은 2012년에도 어김없이 청소년 진로교육을 위한 학교프로그램을 열었다. 그 결과로 참가 청소년들 스스로가 만든 직업체험신문이 계속 발간되고 있다. 올해는 작은 단행본으로 묶여 소중한 결과를 많은 독자들과 공유하려 한다. 또 어르신들의 공연무대, ‘살다, 놀다, 피어나다’ 또한 5회를 넘기고 있다. 청소년 해외 원정대도 벌써 7차에 이른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21박22일을 지내며 우리 전통문화의 향기를 전하고 돌아왔다.
사단법인과 예비 사회적기업을 이끄는 중심에, 하은숙 대표가 있다. 1인10역을 감당하느라 문턱이 닳도록 병원신세를 지는 이다. 올해는 과로로 상태가 위중하기도 했다. “헤헤 내가 자리에 누우면 세상 사람들이 ‘거 봐 내 이럴 줄 알았어’ 하고 즐거워할까 봐, 절대로 지칠 수 없다”는 그다. 사회적기업까지 ‘윗돌 빼서 아랫돌 갱구’는 어려운 살림살이다. 그가 작은 어린이도서관으로부터 청소년 직업체험단, 해외원정대와 어머니 모임으로부터 노인들을 위한 크고 작은 활동까지, 흔들림 없이 달려가는 까닭이 있다. ‘내가 과거에 어린이였고, 청소년이었고, 내가 앞으로 노인이 될 것이니까’다. 세상에 사는 이유를 늘 새롭게 찾아가는 사람인 탓이다. 그가 더 아프지 말고, 그가 깔아놓은 신명나는 잔치 자리에서 그가 만들어놓은 슬로건처럼, 살다가, 놀다가, 문득문득 활짝 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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